청년, 길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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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가볍게 하고 협궤철길의 조각을 찾아 맞추기 위해 도심지의 골목을 누비는 것도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줄 수 있겠고, 나쁘지 않다. 용인역터를 지나서 수여선 여행은 하나의 전기를 맞는다. 여태까지는 온통 도시화가 일었던 지역이라 숨바꼭질이 따로 없는 좀 수고로운 답사였다면, 용인역 이후로는 옛 수여선 연선을 얽어매는 양 연담화된 도회지의 사슬도 깨지고, 전원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주로 가을이 무르익던 10월 말에 찍은 사진들이다. 수원~용인까지는 여행기를 처음부터 새로 쓰듯 했다면, 나머지 보강답사분인 용인~이천 구간은 기존 여행기랑 상호 보완되게끔 미진한 부분 위주로 쓰기로 했다.

오늘날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한 옛 수여선의 주요 기착지, 용인역터 주변에서는 하천을 따라 5일장이 선다. 유동인구가 많아 언제나 활기를 얻어갈 수 있고, 예전부터 꾸준히 발달되어 온 도심의 핵심부. 그곳에 가로놓인 길을 따라 협궤열차가 달렸고, 황금 같은 위치에 정거장이 자리했기에 구역터라는 지명은 아직 널리 기억되는 편이다.

용인역을 출발해서 봉긋하게 솟은 곡선 주로로 접어들면 하천가로 치우쳐서 달리게 된다. 이제는 시장 한복판인 길. 아케이드 쳐진 골목이 아니라 상가 왼편의 하천변 골목이 옛 수여선이었다. 차창 밖으로 흘렀을 금학천이 다른 하천으로 흘러들며 세 갈래의 물길을 이루는 지점 밑에서 열차는 물을 건너 마평동 주택가로 넘어갔다. 수여선치고 꽤나 규모 있고 높은 편이었던 철교의 흔적이 하천 정비로 온데간데없고, 그 너머로 주택의 지붕, 이어서 골목길로 넘겨주는 열이 나타나 흐름을 매끄럽게 연결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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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지 않게 들어선 집들이 많아 노반은 연거푸 가로막히고 끊기곤 한다. 이 지점에서의 모습을 끝으로 눈앞의 아파트단지로 들어가며 흐름은 아예 사라지고, 안 보이는 새에 협궤선은 국도 옆으로 다가붙으며 시내를 벗어나 교외지를 달리기 시작한다.

산자락이 내려앉는 들판을 가르며 순탄하게 이어진 옛 철길. 한참 가다 보면 도중에 여섯 동의 빌라가 들어선 마평역터를 지난다. 갑자기 땅이 넓어졌다 줄어들고, 그 모양이 정말 기찻길에 딸린 꼴이라 얼핏 보아도 역터로 의심할 만하다. 그러나 조그만 간이역 터를 중심으로 단지를 올리다 보니, 원래 역 크기에 비해 몇 배는 부지가 커졌으리라 예상한다. 다시 들판과 시냇가를 끼고 한동안을 달리던 길은 산자락을 굽어돌아 비포장으로 바뀌고, 경치가 좋은 지대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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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면소재지로 들어가는 가로수길과 일정한 간격을 둔 상태로 나란히 이어지는 옛 노반. 건물이 연이어 들어선 자리가 협궤철길 위치를 알려준다. 이윽고 선로는 면소재지로 들어설 준비를 한다. 큼지막한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일단 길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방향 조정을 끝낸 협궤선은 드디어 면소재지 진입로를 교차하여 역을 향해 간다.

교차점부터는 교회 건물을 떠받친 철둑의 모습이 매우 선명하다. 조금 가다가 이 둑이 퍼지면서 그대로 양지역터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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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역터는 상당히 넓은데다 형태도 잘 남아있고, 역터의 범위가 분명한 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역 구내 부지가 모조리 고물상이라 흔적이 있을 리 없고 돌아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담을 높게 쌓은 고물상 안으로 들어가는 길. 인기척은 없고 개만 시끄럽다.

역터에 딸린 창고. 언제적 건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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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을 지나는 국도 42호선에서 바라보면 그림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왼편 끝자락이 중심가로 들어오기 전 교회가 보이던 교차점이고, 거기서부터 울긋불긋한 나무로 치장된 노반이 이곳 역터까지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