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길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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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역터를 지나온 수여선 여정은 나름 어엿한 크기의 역터가 고스란히 남겨진 제일, 오천 등의 정거장을 거치며 더욱 내륙 깊이 파고든다. 그저 도로나 공장으로 뒤덮였을 뿐인 삭막함이 이어지나 싶다가도, 고즈넉한 자연 속에 생생하게 간직된 노반 흔적이 나타나 앞에서의 건조한 느낌을 상쇄시킨다. 그러다가 다시 메마른 풍경으로 되돌아가고, 또 나아지고... 이렇게 번갈아가며 이천으로 흘러든다. 수여선이 지나는 곳에서도 유별나게 경치가 좋고 옛길의 흔적이 극명한 복하천변 길(제일~오천)이 있기에 기대를 배가시킨다.

양지나들목 앞을 지나 도로가 휘어지는 지점에서 수여선은 더 큰 구비를 그리며 국도에서 분리되어 나온다. 땅을 뒤엎고 건물을 올렸기에 당장은 흔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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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밋밋한 녹색 공장이 수여선이 지나던 길이었다. 막다른 길이라 먼 거리를 돌아서 조금 전의 그 공장 너머로 왔다. 여기서부터 음지에 숨겨졌던 수여선의 노반이 그럴싸하게 보존되어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산좁고 길게 트인 노반이 나타난다. 이윽고 봉긋하게 다져진 상태 온전한 둔덕이 이어진다. 딱 협궤열차가 다닐 만큼만 마련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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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자국이 한층 선명해졌다.

열차는 농토 한복판을 지나는 동안 협궤철길 치고는 꽤 느긋한 곡선을 그리면서 기수를 튼다. 사유지라서 곡선부를 직접 밟으며 따라가지는 않았지만, 위성사진만 보아도 선형이 남긴 자국이 매우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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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의 방향을 따라서 가꿔진 텃밭. 두 번째 건널목이 있었을 교차점 앞에서는 이렇게 노반 아래로 배수로를 지나게 하던 흔적도 있다.

제일역터는 무언가 인위적인 영향으로 쪼개지는 일 없이, 길쭉한 장방형을 이루는 하나의 땅덩어리로 남겨져 있다. 그밖에는 달리 남은 것이 없으나, 부지가 워낙 명확해서 그 위에 기차역의 그림을 덧칠해 보기는 어렵지 않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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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가정집이 들어선 데가 역 건물이 있었을 장소다. 수원방향 철길과 맞물리는 역터의 남쪽 끝자락은 저목장처럼 되었다.

역전에서 살짝 왼쪽을 바라보면 지난번엔 무심코 간과했었던, 예사롭지 않은 생김새의 가옥 하나가 보인다. 제일역터에 딸려 있던 일식 가옥. 혹 수여선 개업 시기와 궤를 같이 하는 철도관사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