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길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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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으로 느지막하게 출발한 탓으로 이제 겨우 제일리인데도 시간은 이미 오후를 넘겼다. 해질녘이 되기 전까지 걸어서 이천까지 가야하건만 무리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들어설 구간은 마장면 오천까지의 복하천변 옛길이다.

제일역터에는 몇 달 새에 웬 모랫더미가 쌓여 있다. 저기 플랫폼과 선로가 깔렸던 영역이 밭갈이가 잘 된 모습으로 도드라지게 구분되는 것이 보인다.

제일역사가 서 있었던 자리를 넘겨다본다.

이윽고 철도관사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던 일식 가옥을 한 번 더 보고 역터를 등진다. 손을 좀 보아 지금도 정갈하게 쓰이고 있지만, 지붕이나 담벽, 부수 창고까지 지어진 이래 원형 그대로 전해 내려온 집 같다.

또 무언가 공사가 있는지 그나마 있던 노반과 흔적이 모조리 유실되었다. 산지와 하천이 맞닿은 틈새로 접어들기까지 잠시 농경지를 똑바로 나아가던 선형이었다. 온실이 철도부지 위에 길게 늘어 서 있었고 복하천을 넘는 조그만 다리 흔적도 있어 알아보기 쉬웠으나, 땅을 뒤엎으며 모두 사라졌다. 그럼에도 과거 수여선 기찻길을 따라 늘어섰던 전신주만은 보이는 것처럼 그대로였기에 흐름을 쫓는 데 무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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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하천이 다가붙고, 협궤열차는 그 틈바구니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그 시작점에 토속음식점이 있다. 너머로는 얌전한 꼴을 유지한 채 접근할 순 없어 하천 건너편을 따라가며 봐야 한다.

영동고속도로 아래. 이쯤부터는 다닐 수 있을 만큼 제대로 노반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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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장길로 온전히 남아있는 복하천변 옛 협궤철길에 접어든다. 극명해진 흐름. 들고 있던 지도를 집어넣고, 딴청 실컷 부리면서 걷는다.

강안에서는 포크레인이 흙을 파내는 공사를 하고 있어, 왠지 모르게 이 옛길의 안위가 걱정스러워졌다. 머리 위를 가로지르는 42번국도 교량을 관통하여 수여선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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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궤열차는 마장면 소재지로 들어오는 구 국도를 마을 입구에서 가로질러, 곡선을 틀어 사진 속 집과 텃밭이 뒤섞인 가운데를 헤치고 나가 오천역에 도착한다.

오천역사의 생사 확인. 앞날이 불안하긴 하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가서 본 지난달까지는 변함없이 평온하였다. 머물렀다 가는 정거장인 이상, 많은 사연이 깃들었을 곳이다.